기대작이었던 <베테랑 2>가 추석명절에 맞춰 개봉했습니다. <베테랑 1>이 천만관객을 넘기도 했고, 유쾌하면서도 통쾌하게 악인을 해치우는 류승완표 액션영화의 기대감으로 많은 관객들이 극장을 찾았습니다. 게다가 제77회 칸영화제에서 유일하게 초청된 한국영화이기도 하고, 칸영화제에서도 역시 호평이 이어졌기 때문에 관객들은 기대감을 숨길 수 없었는데요. <베테랑 2>는 추석연휴 이후 개봉 일주일 만에 손익분기점을 역시나 넘기게 되었습니다. 다만, 영화 자체에 대한 혹평이 이어지면서 과연 천만관객까지 돌파할 수 있을지는 추이를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제가 본 <베테랑 2> 솔직 리뷰 시작합니다. 마지막 별점까지 확인해 주세요!
감독 : 류승완
출연 : 황정민, 정해인, 오달수, 오대환, 장윤주, 김시후, 진경
줄거리
가족들도 못 챙기고 밤낮없이 범죄들과 싸우는 베테랑 형사 '서도철'(황정민)과 강력범죄수사대 형사들. 어느 날, 한 교수의 죽음이 이전에 발생했던 살인 사건들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며 전국은 연쇄살인범으로 인해 떠들썩해진다. 이에 단서를 추적하며 수사를 시작한 형사들. 하지만 이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연쇄살인범은 다음 살인 대상을 지목하는 예고편을 인터넷에 공개하며 또 한 번 전 국민을 흔들어 놓는다. 강력범죄수사대는 서도철의 눈에 든 정의감 넘치는 막내 형사 '박선우' (정해인)를 투입한다. 그리고 사건은 새로운 방향으로 흐르게 되는데...
류승완의 액션은 볼만했다.
우리나라의 액션영화를 가장 잘 찍는 감독은 단연코 류승완 감독이다. 류승완 감독이 범죄자를 잡는 형사의 유쾌한 이야기를 담는다면 <베테랑 1>이 그러했듯 통쾌하게 질주하는 액션영화를 기대하게 된다. <베테랑 2>는 <베테랑 1>보다는 전반적으로 다소 어두워진 분위기가 있지만, 역시나 액션은 꽤 볼만했다. 특히나 이 영화의 명장면은 안보현이 연기한 '민강훈'을 잡기 위해 비 오는 날 옥상에서 벌어진 액션 시퀀스이다. 비 오는 날 꽤나 '싸움을 잘'하는 민강훈과 박선우의 액션씬도 볼만했을뿐더러 민강훈에게 달려드는 다른 형사들의 끈질김이 우중장면으로 표현되어 꽤나 처절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류승완의 액션은 사운드는 꽤 폭력적인 사운드 때문인지 더 타격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보이는 이미지와 그 액션의 이유가 꽤나 명확하기 때문에 볼만했다고 필자는 느껴진다.
영화 초반부에 남산에서 '가짜 해치'를 잡는 장면 역시 가족들과 함께 보기에는 다소 폭력적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다. 계단 위에 구르면서 이어지는 과격한 사운드가 그 액션 장면을 더 과하게 느껴지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필자는 영화적으로 꼭 필요했던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지나치게 폭력적으로 용의자를 잡는 '박선우'의 모습이 서도철은 물론, 관객들에게도 꽤나 충격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관객은 '해치'가 박선우임을 알기 때문에 '정의'를 위한다는 해치의 행동이 다소 싸하게 느껴져야 류승완이 말하는 '정의'에 대해 한층 더 다가갈 수 있다. '해치'는 영화 속 대중들에게 '정의의 사도'로 불리는 인물이지만, 정말 그것이 맞는지에 대해 영화 밖 대중들이 의문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남산 액션 씬과 옥상 우중액션씬까지 이어지는 장면을 본 서도철의 행동과 확신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데 그것은 후술 하도록 하겠다.
"죄짓고 살지 말라 그랬지?"
그게 서도철이니까, 그는 아빠고 형사니까, 그의 마음이 충분히 느껴지니까
서도철은 1편부터 <범죄도시>의 마석도 형사처럼 싸움을 잘하고 힘이 세서 범인을 잡을 수 있는 형사가 아니다. 시민들이 억울한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냐는 형사의 마음으로 처절하게 맞으면서도 끝까지 범인을 추격하는 형사이다. 예민하게 사건의 증거를 잡거나 명석한 두뇌로 범인을 추적하지도 않는다. 형사의 마음을 잃지 않는 베테랑으로 감을 통해 다소 무대뽀로 나가는 형사이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류승완은 <베테랑 1>부터 서도철 형사의 마음에 중점을 두고 베테랑시리즈를 만들어왔다고 생각한다. 그 마음은 "죄짓고 살지 말라 그랬지?"라는 서도철의 대사처럼, 죄를 짓고 살면 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라는 하나의 마음이다. 그 마음을 이해한다면 그렇게 직진으로 달려가는 서도철의 서사를 이해한다면 베테랑을 즐겁게 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베테랑 1>과 달리 <베테랑 2>는 그 마음 하나만으로 이해하기에는 영 찝찝하다.
이유를 이해시켜 달라는 게 아니라, 그냥 말해달라는 거다
2편에서 내세운 악역 '박선우'를 연기한 정해인의 연기는 아주 좋았다. 첫 등장부터 이 놈은 '소시오패스'든 '사이코패스'든 분명 어떤 패스인 듯 보이는 눈빛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게 류승완이 말하는 정의일 것이다. 범죄자가 어떤 사상이 있고 어떤 철학이 있겠는가. "사람 죽이는 데 좋은 살인 있고 나쁜 살인 있어?"라는 대사처럼 이 캐릭터는 그냥 범죄자일 뿐이다. 정의를 들먹이는 위대한 범죄자라니, 그렇게 사람을 맘대로 죽이는 게 정의냐,라는 다소 케케묵은 답을 하는 게 류승완이다. 근데 필자는 거기까지 가기에도 다소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악에게 너무 많은 서사를 주는 것이 면죄부를 주는 것이 아니냐는 말은 충분히 이해한다. 다만, 이 영화에서의 딜레마는 '사적제재'이다. 대중들이 사적제재에 열광하는 것은 '공적제재는 정당하냐'라는 마음 때문이다. 제대로 죗값도 치르지 못한 범죄자들이 여전히 활보하고 다닌다. 서도철 역시 전석우의 낮은 형량에 분노하지 않았는가. 그 딜레마에 대해 '죄인이니까 서사 주지 말자'라고 퉁쳐서 유야무야 넘어가려고 하니까 찝찝한 것이다. 서도철 역시 '해치'에 열광하는 사회에 대해, '해치'의 정의에 조금은 혹하는 본인의 마음에 대해 어느 정도 갈등은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아니면 최소한 그렇게 살인을 해나가는 박선우의 캐릭터에 모순이라도 설명해줬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사적제재'에 대한 소재는 꽤나 흔해빠진 소재이다. 흔해빠졌더라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딜레마를 그저 '형사(서도철)의 마음'으로 퉁쳐버리고 '죄는 짓지 말자'라고 논의조차 하지 않으려 하니 다소 꼰대 같은 마인드의 영화가 아니냐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게다가 최소한 박선우의 살인행위가 본인의 쾌락을 위한 것이었다 한 들, 그 행위를 하게 된 그의 쾌락에 대해서 한 줄의 대사로라도 설명해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서사가 면죄부라는 단순한 논리로 관객들은 이 이야기의 딜레마에 대해 깨끗하게 해소되지 않은 채 극장에서 일어서게 되는 것이다. 본인이 꺼낸 소재에 대해 그냥 얼버무리고 퉁치려고 하니까 찝찝하기만 하다.
사이버렉카의 모습을 담으면서 우리가 분위기와 1인 미디어에 휩쓸려 정의에 대한 스스로의 판단을 다소 잃어가는 모습에 대해 짚어준 것은 알겠지만, 그 역시도 살짝 발을 담갔다가 뺄 뿐이다. 많은 부분이 편집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냥 막 얼버무리고 퉁쳐버리려고 한 시도가 많이 보이는 영화이다. 특히 앞부분에서도 살짝 언급했지만 서도철 형사가 박선우의 정체를 알아내는 장면, 남산 액션씬과 옥상 우중액션씬에서 서도철이 박선우를 보는 장면은 의아하다. 아무리 그가 무대뽀에 형사의 감으로 범인을 추격하는 형사일지라도 왜 그는 박선우를 의심하고 그가 해치라고 확신하게 되었는지 당황스럽다. 무엇이 편집된 것인지, 그저 싸움을 잘하고, UFC 기술을 써서 "그는 해치다"라고 말하는 서도철의 감이 너무나도 이상하다. 서도철이 박선우를 해치라고 확정 짓는 장면은 굉장히 중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장면조차 그저 유머로 넘기려고 하니까 더 당혹스럽다. 그 액션만으로 서도철이 박선우를 의심한다면 애초에 남산에서 가짜 해치를 과도하게 진압한 박선우에게 좀 더 강력하게 반발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때는 그냥 '너 조심해, 좀 위험하다'정도로 넘겨놓고 그게 한 번 더 반복된다고 바로 해치로 의심하는 서도철의 감은 다 죽은 듯하다.
찝찝함, 묘하게 가르치려는 태도 등 다소 관객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영화이긴 하지만, <베테랑 1>부터 류승완은 그런 영화를 찍어왔다. 다만 <베테랑 1>에서는 범죄 자체에 대한 딜레마가 없었기 때문에 논의할 거리조차 없었고, 너무나 명확한 악에 대한 처단이었기 때문에 관객들은 딜레마를 겪을 일도 없었다. 그러나 <베테랑 2>에서 뭔가를 시도해 보려고 가져온 소재가 관객들을 찝찝하게 만들었다. <범죄도시> 시리즈의 흥행을 보면 단순한 이야기와 단순한 전개가 범죄액션영화에서는 충분히 먹힐뿐더러 잘 만들어진 캐릭터는 살아남는다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범죄도시> 시리즈가 흥행은 했지만 <범죄도시 1>을 넘어서는 작품은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베테랑> 시리즈도 역시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다만 천만까지 가게 될지는 미지수다. 추석연휴 극장가는 <베테랑 2>와 겨룰 상업영화가 없을뿐더러 30분 단위로 이어지는 상영시간에 가족들과 함께 온 관객들은 <베테랑 2>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소재를 가져왔다면 그 소재의 딜레마를 충분히 설명했어야 했고, 그것을 할 수 없었다면 그 소재를 가져오지 말았어야 했다. <베테랑 2>는 <베테랑 1>처럼 직진하며 달려가는 통쾌함을 주기엔 무리수가 꽤나 많았다. 그렇기에 필자는 <베테랑 1>을 기대하는 관객에겐 비추를 던지고, 그냥 볼 영화가 없는데 잘 만들어진 상업영화 하나 보고 싶다는 관객에겐 추천을 던지겠다.
(갑자기 쿠키 영상 생각하다가 든 생각인데 박선우가 "나 해치 아닌데?"라고 말한 대사 때문에 <베테랑 3>에 진짜 해치를 등장시킬 작정이라면, <베테랑 2>를 이렇게 만들지 말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찝찝하게 만들었어야지!)
별점 ★★☆ 나는 그래도 <범죄도시 4>보단 재밌었다
추천 👍 : 볼 영화가 없고, 가볍게 볼 잘 만든 상업영화 하나 볼 생각이다.
비추 👎 : 소재만 덜렁 던지고, 그에 대해 논의하지 않는 자 애초에 만들지도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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