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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

노래로 중언부언하는 <조커: 폴리 아 되> 리뷰

by 항성-042453 2024. 10. 5.

 <조커: 폴리 아 되>가 모두의 기대 속에 개봉했습니다. 개봉하자 <조커>의 팬들은 대부분 실망한 듯합니다. 뮤지컬 장르 자체가 욕을 먹고 있기도 하고, '조커'를 기다려왔던 팬들에게 아서 플렉을 대령했다는 평도 있습니다. <조커: 폴리 아 되>의 스포일러가 포함된 솔직 리뷰 시작합니다. 
 


 
감독 : 토드 필립스
출연 : 호아킨 피닉스, 레이디 가가
 
 
줄거리
“더 이상 혼자가 아니야” 세상이란 무대에서 폭주하기 시작한 ‘조커’와 ‘할리 퀸’을 확인하라! 2년 전, 세상을 뒤흔들며 고담시 아이콘으로 자리한 ‘아서 플렉’은 아캄 수용소에 갇혀 최종 재판을 앞둔 무기력한 삶을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수용소에서 운명적으로 만난 ‘리 퀸젤’은 ‘아서’의 삶을 다시 뒤바꾸며 그의 마음속에 잠들어 있던 ‘조커’를 깨우고 ‘리’ 역시 각성하며 자신을 ‘할리 퀸’이라 지칭하며 서로에게 깊이 빠져든다. 무고한 시민을 죽인 죄로 재판에 오르게 된 ‘아서’ 그는 최후의 심판대에서 ‘할리 퀸’과 함께 자신, ‘조커’의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우리가 기다렸던 것

  우선, <조커>1편의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병든 엄마를 모시고 살며 코미디언을 꿈꾸는 아서 플렉은 광대 분장을 하고, 광고판을 흔들다 아이들에게 광고판을 빼앗기고 폭행을 당하는 그야말로 '루저'의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의 엄마조차도 아들보다는 과거 자신이 일했던 웨인 가의 토마스 웨인에게만 관심이 있을 뿐이고, 아서의 농담과 코미디는 그 누구도 웃게 하지 못합니다. 남들은 웃기지 못하고 그저 스스로 웃음을 참지 못하는 병을 앓고 있을 뿐입니다. 그런 아서의 삶에 유일한 쉼터이자 탈출구는 '머레이 프랭클린 쇼'일뿐이며 그 쇼에 출연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뿐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양아치들에게 당했다는 소식에 광대 동료로부터 총을 받게 되고, 아서는 그 총을 가지고 아동병원에서 광대 공연을 하다 총을 떨어뜨리고 맙니다. 결국, 아서는 광대 회사에서 해고를 당하게 되며 좌절하게 됩니다. 그날 퇴근길, 지하철에서 취객들로부터 시비가 붙게 되고, 억울하게 폭행을 당하던 아서는 여태껏 쌓여온 분노를 참지 못하고 총을 꺼내 그들을 겨누게 됩니다. 그 이후 아서는 시의 복지 지원마저 중단되어 상담조차 이어가지 못하게 됩니다. 약물치료도 받지 못하고 자신의 살인이 사회적 분노에 휩싸인 시민들의 호응을 받게 되자 그의 망상은 걷잡을 수 없게 되지만, 같은 아파트에 사는 '소피'를 만나 약간의 숨을 쉴 수 있게 됩니다. 그녀와 자신의 코미디 클럽에서 데이트를 마치고 집에 들어온 아서는 엄마가 토마스 웨인에게 쓰던 편지를 읽게 되는데 거기에는 자신의 출생의 비밀이 담겨 있었습니다. 자신의 아빠일지도 모르는 토마스 웨인을 찾아가지만 그는 아서의 엄마가 정신병을 앓고 있는 거라며 아서를 외면하고, 아서는 토마스 웨인의 말이 사실인지 알기 위해 정신병원을 찾아가 엄마의 기록을 찾아봅니다. 거기서 아서는 엄마가 정신질환을 앓았으며, 과거 자신을 학대 방관했던 사실도 알게 되죠. 엄마의 기록지에 좌절한 아서는 소피에게 찾아가는데, 소피는 아서를 두려워하고, 아서의 '연인' 소피는 아서의 망상이었음이 드러납니다. 아서는 모든 진실을 알게 되고, 자신이 믿던 세계마저 모두 무너져내려 더 이상 숨 쉴 곳마저 없게 됩니다.  한편, '머레이 프랭클린 쇼'에서는 아서 플렉이 클럽에서 스탠딩 코미디를 하는 장면이 나오게 되는데, 머레이는 아서가 코미디에 소질이 없다며 비웃습니다. 그러나 그 장면이 꽤나 사람들에게 이슈가 되었고, '머레이 프랭클린 쇼' 제작진은 아서에게 연락해 출연을 요청합니다. 결국 아서는 이 비참한 삶을 끝내려 자신의 엄마를 죽이고, '머레이 프랭클린 쇼'에 나가 자살을 하기로 마음먹습니다. 그렇게 쇼 준비를 하던 아서는 자신을 찾아온 동료마저 죽이게 되고, 쇼에 나가게 되는데 이때 아서는 좌절과 회피, 망상이 극대화되어 여태껏 본 적 없는 말 그대로 '조커'의 모습을 갖추게 됩니다. 그리고 아서는 쇼에 출연해 자신이 준비한 농담을 하는데, 머레이는 아서가 사람을 죽였냐며 추궁합니다. 자신이 준비한 농담을 제대로 하지도 못하게 하고, 쇼 중간에 경찰을 부르겠다고 하는 머레이에게 아서는 결국 참지 못하고 총을 쏘게 됩니다. 

  우리가 조커에 열광했던 것은 모두 조커에게 몰입했기 때문입니다. '조커'라는 배트맨 코믹스의 가장 최악의 빌런이 모두 '고담시티'라는 사회가 만들게 된 연약하고 좌절한 인간이라는, '인간 조커'의 내면에 대한 묘사가 공감을 일으켰습니다. 물론 그는 범죄자지만, 그의 탄생에 대한 시각과 분석, '고담시티'사회의 문제점 등이 우리에게 공감을 일으키기엔 충분했습니다. 그래서 그의 울분이 분노로 터져나왔을 때 고담시티의 시민들처럼 우리 역시 열광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또한, 결국 '조커'라는 캐릭터는 배트맨 코믹스의 캐릭터이기 때문에 그가 그다음으로 풀어내게 될 배트맨 세계관을 기대하기도 했습니다. 조커의 개봉 이후, 로버트 패티슨의 <더 배트맨>이 개봉하였고, <더 배트맨>에서 새롭게 그려낸 배트맨 역시 그 음울한 DC의 세계관과 <조커>1편의 세계관과도 잘 맞닿아있었기 때문에 어쩌면 곧 로버트 패티슨의 배트맨과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의 조우를 기대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중언부언을 노래로 하면 달라지나? "말을 해. 이제 그만! 대체 왜 그러는거야?"

  <조커: 폴리 아 되>는 우리가 열광했던 '조커'의 컴백과 가가의 '할리 퀸'의 만남이라는 것만으로도 우리를 기대하게 했습니다. 또한 '폴리 아 되'라는 뜻이 직역하자면 '둘의 광기', 즉 '공유정신병적 장애'를 의미한다는 것에 '조커'의 광기에 호응하는 '할리 퀸'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 더 확장하여 어쩌면 박쥐에 미쳐버린 '배트맨'과의 만남까지도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영화 개봉 전부터 의아했던 것은 '뮤지컬'이라는 장르였죠. <조커 1>의 그 분위기와 미장센과 '뮤지컬'장르의 만남이란 것이 약간의 의문점을 주기도 했습니다. 과연 그 '뮤지컬'이라는 과장된 장르가 '조커'의 음울하고 지리멸렬한 현실과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란 불안함도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뮤지컬'장르가 문제 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충분히 영화에 잘 녹아들었고, 분위기를 해치진 않았습니다. '조커'와 '할리 퀸'의 만남 자체, 그의 내면이 '뮤지컬'장르에 어울렸고, 꽤나 작품과 잘 호응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과했던 것이라고 봅니다. 너무 뮤지컬 장면이 잦았습니다. 할리퀸과 만나기만 하면 노래를 불러대고, 그 노래의 내용이 결국 두 사람의 감정에 대한 것이었는데, 그게 계속 반복되다 보니 피로해집니다. 가가는 노래하고 춤추기 위해 '할리 퀸' 캐릭터로 이용되었나 싶었습니다. 어차피 1편에서 우리는 '조커'의 내면에 대해 충분히 이해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야 이 영화를 처음 보는 관객들도 있을 테고, 할리퀸과의 감정교류가 중요하니 몰입하고 이해하면서 보다가 계속 같은 이야기를 노래로 반복해 대니 질려버린 것이죠. 게다가 이야기 자체가 특별히 1편과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었습니다. 법정장면이 뭔가 새로운 이야기를 던져줄 거라 생각했지만 크게 다른 이야기는 없었고, 어쩌면 영화의 서론밖에 되지 않을 이야기를 두 시간 분량으로 늘리려다 보니 '뮤지컬'로 시선 끄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가가의 연기와 임팩트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저는 그렇진 않았습니다. 가가의 연기도, 노래도 훌륭했고, 새로운 할리퀸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만, 이 '할리 퀸', '리 퀸젤'이라는 캐릭터가 어떤 의도인지 무엇을 위한 것인지 그에 대한 설명은 조금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이가 기대했던 '폴리 아 되'는 결과적으로 '리'가 '조커'에게 가졌던 것이고, '조커'가 '리'에게 가졌던 것이지만, '아서'는 '조커'에게 가지지 못한 것이었던 것 같습니다.
 

1편부터 기획된 것일까, 반응에 영향을 받은 것일까

  많은 이들이 <조커: 폴리 아 되>에 가장 분노하는 지점은 어쩌면 '조커'와 '아서 플렉'의 분리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열광했던, 1편의 마지막 부분에서 전율했던 '조커의 탄생'이 진짜 '조커'가 아니었기 때문이죠. 우리가 기대했던 '조커'는 결과적으로 '아서 플렉'이 아니었으니까요. 1편 개봉 이후, 미국에서도 꽤나 열광적인 반응이었고, 모방범죄 우려가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인간의 내면'의 표현이라는 예술성과 '사회적 영향'에 대한 도덕성이 논란이 되기도 했었죠. 그래서일까요? 그렇게 열광하고 패러디해 왔던 '조커'가 실은 그저 '범죄자'일뿐이며 사랑받고 싶어 하는 나약한 관종일 뿐이라는 결말이 그런 영향에서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우리가 기대하는 배트맨의 빌런, 그 '조커'의 탄생이 아니라는 게 1편부터 기획된 것일까요? 1편과 2편까지 이어져 오며 결국은 사회의 문제가, '고담시티'가 '조커'를 만든 것인데, 니들이 열광하는 '아서 플렉'은 사실 '조커'가 아니라고 말하는 게 조금 어색합니다. 그 이야기를 하려고 2편까지 만든 것이 말이죠. 호아킨 피닉스가 새로운 배트맨 시리즈의 조커로 나오면 안 되는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면, 대체 왜 이런 선택을 한 걸까요?
 

'폴리 아 되'는 결국, 우리가 조커에게, 진짜 조커가 아서 플렉의 조커에게

  '폴리 아 되'의 뜻은 결국 광기의 공유란 말인데, 이는 할리 퀸이 조커에게 호응한다거나 누구 하나가 조커에게 호응한다기보다는, 서로가 서로에게 그렇게 된다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결국 고담시티의 시민들, 그리고 관객들이 조커에게 '폴리 아 되' 되었고, 아서 플렉을 외면하게 되죠. 교도소에 다시 잡힌 아서 플렉은 그를 유심히 지켜보던 또 다른 누군가에게 칼에 찔리게 되고 쓰러집니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그 칼로 자신의 입을 찢습니다. 결론적으로 같은 교도소에 있던 또 다른 조커가 '폴리 아 되' 된 것인데 저는 이게, 이 캐릭터가 결국은 우리가 아는 '조커'가 될 거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가 스스로 입을 찢으면서 우리가 아는 '조커'와 같아졌지만 결국은 아서 플렉의 '조커'에 조응했던 고담시티의 누군가가 충분히 '조커'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업 영화에서 우리가 꼭 의미를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은 '조커'라는 건 '고담시티'가 만들어낸 괴물이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다만, 우리가 배트맨 모던에이지 시절부터 열광했던 '조커'캐릭터가 이렇게 설명되고 끝나버리는 것이 다소 허무하고 아쉽긴 합니다.
 
 

별점 ★★★  우리가 생각하는 조커는 없다

👍 : 배트맨 시리즈의 '조커'를 기대하지 않는다면/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를 좋아한다면/ 레이디 가가의 팬이라면
👎 : 1편의 강렬함을 기대한다면
 

관련 영화 추천

👉 <코미디의 왕>, <배트맨 1, 1989>, <다크나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