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3편까지 공개되면서 호평이 이어졌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2>가 공개 이후 다소 힘을 잃었습니다. 스포 있는 <지옥2> 리뷰 시작합니다.
감독 : 연상호
출연 : 김현주, 김성철, 김신록, 임성재, 문소리, 문근영
줄거리
계속되는 지옥행 고지로 더욱 혼란스러워진 세상, 갑작스레 부활한 새진리회 정진수 의장과 박정자를 둘러싸고 소도의 민혜진 변호사와 새진리회, 화살촉 세력이 새롭게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충격적인 설정과 사이비를 바라보는 연상호 감독의 시선
2021년 충격적인 설정과 이야기 전개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던 연상호 감독의 <지옥> 이후 3년만에 돌아온 시즌2입니다. 꽤나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많은 시청자들이 기대를 했고, 부산국제영화제에서 1편부터 3편까지의 에피소드가 공개되고 호평일색이었습니다. 그 후 시즌2의 모든 에피소드가 공개되었는데 사람들의 기대와 말들은 어느새 쏙 사라지고 잠잠해졌습니다.
시즌1을 돌이켜보면 <지옥>이 준 충격은 놀라웠습니다. 갑작스레 죽음을 예언받는 상황, 우리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크고 공포스러운 지옥사자들의 출현, 그리고 그 3명의 지옥사자들에게 당하는 끔찍한 '시연'까지. 그 상황을 지켜보는 가상인물들은 물론, 시청자들까지 혼란과 공포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상황을 생중계하는 방송까지 지켜보며 이 감당할 수 없는 혼란을 종교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거의 현실에서 벌어지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과연 '고지'란 무엇인지, 왜, 어떻게, 언제, 누가 받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그걸 해석하려고 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입니다. 그것을 정진수는 종교적으로 이용하여 '죄'짓지 말라는 말씀을 전파하죠. 그러나 정진수는 이미 20년 전 고지를 받은 인물이었고, 오랜 고민 끝에 자신이 내린 결론을 세상에 설파하는 것 뿐이었습니다. 정진수 역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신생아가 고지를 받게 되고 그 과정에서 아기는 부모의 희생으로 살아남고 시즌1이 막을 내렸습니다.
연상호 감독은 다소 만화적인 설정이나 연출 방식이 호불호가 갈리긴 하지만, 충격적인 설정을 통해 염세적인 사고와 반기독교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관객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지옥> 역시 그 연장선에 있고, 시즌1은 그게 꽤 효과적이었습니다. '고지'라는 상황이 결코 인간이 해결해나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죠. 인간은 자신의 이해를 넘어서는 문제를 맞닥뜨릴 때 그것을 해석하기 위해 노력하고 이해하기 위해 종교에 집착하게 됩니다. 그런 여러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통해 연상호 감독은 결국 인간의 문제를 다루고 있죠. 그의 세계관은 칭찬받을 만하지만, <지옥2>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누가, 언제, 왜, 어떻게 고지를 받느냐? 결국은 '왜'? 그리고 '부활'?
시즌1부터 이 '고지'에 대한 해석이 천차만별입니다. 어쩌면 정진수처럼 해석하는 것이 인간에게 가장 쉬운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죄를 지었기 때문에 지옥을 가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죄를 짓지 않고 살아야 한다. 그러나 그 죄라는 것이 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습니다. 누구나 조금씩 약간의 죄를 지으며 살고 있을 뿐더러 기독교 세계에서는 그놈의 '원죄'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죠. 그러나 시즌1에서는 그 해석을 터뜨려 버립니다. 바로 신생아가 고지를 받았습니다. 이제 막 태어난 아기가 무슨 죄가 있을까요? 그렇다면 결국 기독교적인 해석처럼 '원죄'의 문제로 바라봐야 할까요?
수많은 해석이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설득력을 가진 것은 이 '고지'를 일종의 '재난', '자연재해'로 바라본다는 해석일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자연재해나 재난을 '죄'의 문제로 바라본 여러 종교적인 해석이 있습니다. 그러나 범죄자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그 작은 문제, 죄로 재난을 겪는 것인가,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면서 재난은 말 그대로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설명할 수 없는 말 그대로 그저 재난일 뿐인 것입니다. 누가 무슨 이유로 어디서 어떻게 재난을 겪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죠.
그러면 결국 <지옥> 속의 '고지' 역시 그저 재난으로 치부할 것이냐,의 문제입니다. 이 설정을 연상호감독에게 따져물을 수는 없습니다. 결국 이 해석 역시 시리즈 속 인물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각자 해석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문제입니다. <지옥>은 명확한 설정이나 해석보다는 결국 그 문제가 인간들에게 어떤 문제를 일으켰는지에 대해 보여주는 것일 뿐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혼란스럽습니다. 왜냐면 <시즌2>에 이르러 '부활'의 설정까지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부활'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고지'가 재난이라면, 부활은 그 재난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로 바라봐야 할까요? 어느 정도 면에서 재난에서 살아남은 이들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부활한 박정자나 정진수가 겪는 트라우마들을 생각하면 그렇죠. 각자의 방식으로 트라우마를 겪고, 그것을 극복하기도 하고 때론 그 재난 트라우마에 잠식되어버리기도 합니다. 이 역시 해석의 여지는 시청자들에게 남겨놓은 것 같습니다.
배우들의 호연은 돋보였으나, 다소 아쉬운 시즌2의 서사 확장
부산국제영화제의 호평 이유나 여전히 문근영 배우의 연기 모습이 회자되는 것을 보면 배우들의 호연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서서히 사이비종교에 빠져드는 문근영 배우의 연기, 특히나 차 내부에서 남편과 말다툼하는 장면, 박정자의 시연을 바라보는 문근영 배우의 연기는 실제로 사이비 종교에 빠져든 사람을 보는 듯 소름끼쳤습니다. 배우의 문제로 캐스팅이 뒤바뀐 정진수 역의 김성철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물론, 배우의 문제를 떠나 유아인 배우의 어딘가 홀린 듯 공허한 눈빛이 여전히 아른거리지만, 김성철 배우 역시 호연을 펼쳤습니다. 그 외에 민혜진 역의 김현주 배우나 박정자 역의 김신록 배우, 이수경 역의 문소리 역시 무난히 넘어갔습니다. 민혜진 역이 몇 년 새 저렇게까지 액션을 펼치게 된 부분이나 다소 카리스마가 부족하다 느껴지는 문소리 배우이긴 하지만, 무난히 흘러갔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배우들의 호연과는 별개로 시즌2의 서사 확장은 다소 아쉽습니다. 새진리회, 정부, 화살촉, 소도 등 각 파트에서 이 현상에 대응하는 모습들이 흥미롭긴 했으나 그 역시 시즌1에서 크게 확장하지 않은 모습이고, 결말에 이르러 살아남은 아이인 줄 알았던 아이가 '부활'했다는 설정 역시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소 확장하긴 하였으나 시즌1의 인간군상들의 모습의 반복에 그치지 않고, 좀 더 새로운 해석의 견해 역시 부족하며 여전히 시즌1처럼 시청자들의 해석에 맡길 뿐입니다. 물론 결말에 이르러 갑자기 동시다발적인 '고지'가 나타나며 이것이 어떤 문제인지 어떤 이야기를 전개할 것인지 호기심을 자극하긴 했으나, 그 뿐입니다. 좀 더 컴팩트하게 이야기를 전개하여 더 나아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결국 시즌2는 시즌3로 가기 위한 발판에 그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또 시즌3를 기다릴 수 밖에 없게 만든 것이니 연상호 감독의 좋은 전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별점 ★★☆ 새로운 것은 없고, 반복일 뿐. 결론은 시즌3를 기다려라
👍 : <지옥1>을 재밌게 본 사람이라면/ <지옥>세계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 : 확실한 결말과 해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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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옥 시즌1>, <사이비>,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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